'나만 바라봐'에서 진화한 '웨딩드레스'

티저라기엔 너무 비싼 [Where U At]을 뒤로 하고, 태양의 새 디싱인 [웨딩드레스]가 나왔다. 그냥 뒤로 제쳐놓기에는 아까운 노래와 무대지만 새 노래로 활동하겠다는데 어쩔 수 없다. 웨딩드레스를 들었다.

올해 말이 다가오고 태양 정규 앨범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마다 떠오르는 것은 작년의 [나만 바라봐]였다. 흔히 말하는 인기와 평단의 지지를 한번에 얻어낸 그 노래를 정규 앨범에서 뛰어넘을 수 있을까? 정규의 신호탄으로 공개된 Where U At으로는 그 궁금함을 풀 수 없었다. 무대에 올리지도 않을거 왜 이리 공을 들였나 싶을 정도인 퍼포먼스는 제쳐놓고, 실험작의 냄새가 나는 Where U At은 나만 바라봐와 비교할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곡으로 태양의 정규 앨범에 대한 힌트는 얻을 수 있었다. 여전히 별다른 기교없이 원초적인 필로 부르는 노래, 진한 밀도가 있으면서도 담백한 보컬, 끝장나게 춰보자는 욕심과 제맘대로 하겠다는 똘끼다.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게 정답이다"라던 태양, 정말 그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그 Where U At을 제치고 비로소 활동용으로 공개된 웨딩드레스. 이 노래는 나만 바라봐와 비교할 수 있을까?

사실 나만 바라봐는 뛰어넘는다는 말을 쓰기가 어려운 곡이다. 노래의 수직 비교라는게 어렵기도 하지만, 노래 자체가 완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토 트렌드를 받아들이면서도 한국 특유의 서정으로 흠뻑 적셔진 나만 바라봐는 그 자체로 어떤 완성판이다. 더이상 뭔가 덧붙여질 여지가 거의 없으니 발전이라거나 이 노래를 뛰어넘는다는 말을 쓰기 힘들다. 그보다는 계보를 잇는다는 표현이 나을 것 같다. 이런 시각에서라면 웨딩드레스는 나만 바라봐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 나만 바라봐에서 조금 변화한 노래가 웨딩드레스다.

두 노래 다 '태양답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웨딩드레스에서 유독 느껴지는건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성숙한 태양의 모습이다. 보컬은 한층 진하고 춤은 더욱 절제되었다. 공동작곡했다는 곡은 적절한 강약을 주면서 꽉 차 있어서, 좀더 여백을 줬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트렌디하기로는 이 정도가 딱 좋기는 하다.
보컬톤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처음 도입부에서 피아노음과 어우러지는 코러스와 노래 중간중간 밀도있게 내지르는 진성. 태양은 요 1-2년간 동안 빅뱅과 HOT미니앨범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가성을 사용해왔는데, 그렇게 단련한 가성을 이 노래에서도 딱 한번 써먹었으니 바로 도입부의 코러스다. 가성을 여러겹으로 쌓아올린 이 처음 부분의 코러스는 감성적인 피아노음과 어울려 노래를 풍부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노래 전체의 분위기도 함축적으로 보여주어서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여기와 함께 짚이는 '내지르는' 진성. 태양은 보통 벌스를 부를 때도 짙고 그루브하게 부르지만 감정이 고조되는 부분에서 더욱 목소리를 눌러 내지르기도 한다. 이럴땐 마치 붓에 진한 먹을 적셔 백지에 긋는 것처럼 선명하고 밀도있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 곡에선 "내가 아니잖아", "Oh no"등이 해당한다. 도입부의 가성과 이런 진한 진성, 그리고 노래 전체를 이끌어가는 스킬을 들으면 알 수 있다. 태양의 보컬은 더욱 성숙해졌다.

작년 솔로 이후로 1년 반의 시간을 태양은 헛보내지 않은 듯하다. 무섭게 발전된 기량이 느껴지고, 그 바탕에서 빚어낸 [웨딩드레스]는 상대적으로 그가 어렸던 [나만 바라봐]에 비해 진화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뮤직비디오 안에서 보이는 무대에는 여러번의, 말 그대로 '숨을 빼앗는' 순간들이 있었다. 이렇게 전작보다 높아진 기대치를 채우고도 감동하게 하는 가수가 흔치는 않다. 태양은 그 몇 안되는 가수 중 한 명이다. 물론, 확실하게는 라이브 무대를 보고서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만 무대를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태양은 단 한 번도 내 기대를 져버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by JoysTiq | 2009/11/14 03:57 | 음악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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