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7월 12일
다시 만나서 반갑다, <아폴로 13>
아폴로 13 (Apollo 13, 1995)
감독 : 론 하워드
출연 : 톰 행크스(짐 러벨), 케빈 베이컨(잭), 빌 팩스톤(프레드), 게리 시나이즈(켄), 에드 해리스(진 크랜즈)
- 예전에 이 영화를 한 번 본 적이 있다.
영화에 대해서 나는 철저하게 내 취향만 좋아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내가 직접 찾아서 본 영화는 아니었다. 아마도 교수님이 보여주셔서 어느 수업시간에 봤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 나는 별 기대감 없이 영화를 봤었다. 평범한 미국인들의 파티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확실히 내 구미를 끌어당기지 못했고,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흑백TV는 흥미를 반감시켰다. 어쨌든 난 옛날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거든. 95년도 작이라니. 더구나 우주선이 나오는 옛날 영화다. 나날이 발전하는 CG로 고급이 되어버린 눈으로 옛날 기술로 만들어진 우주선을 봐야 하다니, 고문이 따로 없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은 화면의 영상미가 아니었다. 화면 자체가 괜찮긴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동은 어떤 문제를 둘러싸고 그것을 해결하려 한 사람들의 '신념'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나는 속좁은 내 취향을 다시 돌아봐야만 했다. 재미없어 보인다는 편견으로 예술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확실히 가르쳐준 영화가 바로 <아폴로 13>이다.
- 영화는 1970년에 있었던 실화에 기초하고 있다.
흑백 TV로 방송을 보고, 방 하나만한 거대한 컴퓨터가 지금 PC에 훨씬 못미치는 성능을 가지고 있던 시절 사람들이 신념과 끝없는 도전정신으로 우주선을 달로 쏘아올리던 때의 이야기였다. 영화는 닐 암스트롱이 달을 밟으며 "내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진보다"라고 말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인 짐 러벨(톰 행크스)는 동료가 달을 밟는 것을 보며 자신도 반드시 달에 가리라고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는 찾아와, 6개월 뒤의 달 착륙에 짐과 그의 팀이 나설 수 있게 되었다. 6개월 동안 짐을 비롯한 세 명은 힘든 훈련을 견뎌내며 우주비행사로서의 경험치를 쌓아가는데, 출발 이틀 전 문제가 발생했다. 예기치 않게 그들이 홍역균에 노출되어, 세 동료 중 한 명인 켄이 빠지고 신참내기 잭이 그 자리를 메꾸게 된 것이다. 홍역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발병할지도 모른다"는 추측만으로 달에 가지 못하게 된 켄의 좌절은 컸다. 오랜 동료였던 나머지 두 명도 썩 내키진 않았지만 그들은 새로운 동료를 받아들여 팀을 꾸리고 마침내 우주선은 출발한다. 가족들과 언론의 배웅을 받으며 아폴로 13호는 지구를 떠났다. 불과 이틀 전에 합류한 잭은 다행히도 무사히 첫번째 난관이었던 달착륙선과의 도킹을 마치고, 긴장하고 있던 비행사들은 한 시름 놓았다며 안심하는데..
그 때 문제가 발생했다. 산소 탱크가 폭발하며 우주선에 실려있던 연료와 산소 대부분을 날려버린 것이다. 기체도 망가지고 자원도 얼마 남지 않게 되자, 우주비행사 세 명과 그들의 비행을 유도하던 휴스턴 비행 관제센터가 모두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두 번째 달 탐사를 제대로 방송하지도 않던 언론들이 사고 소식을 대서특필하며 가족들과 마찰을 빚고 전세계에 그들의 일이 알려지게 되는데, 여기부터 영화는 보는 사람을 본격적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 "우리는 우주에서 단 한 명의 대원도 잃은 적이 없다."
제한된 자원으로 지구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부족한 우주선에서는 수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제대로 처리되지 못해 쌓이는 이산화탄소, 부족한 연료와 전력, 고장나기 직전의 기기들, 그 위에 대원들의 건강 문제가 겹친 것이다. 사실 이러한 모든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대원들을 덮친 정신적 쇠약이었을 것이다.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우주에서 달랑 철판 한 장을 보호막으로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 그것도 엔진을 쓸 수 없어 그저 중력의 법칙만 믿고 유영하는 상황. 보통 사람은 하루도 견뎌낼 수 없을 상황에서 그들은 일주일 동안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극한의 상황에서 스스로를 제어하는 그들의 정신력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덕분에 지구에 남은 과학자들은 기술적인 문제만을 고민할 수 있었다. 시시때때로 "해결 불가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그들을 덮쳐오는 난관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모습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밤을 새우고 각종 아이디어를 짜고 서로를 채찍질하며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그들의 싸움은 바로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밖에서 정치인들이 대원들이 살아날 가능성이 3대1이냐 5대1이냐를 묻고, TV에선 연일 새로이 부각된 문제점을 상세히 방송할 때 그들은 묵묵히 타개책을 고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1초라도 더 대원들을 살려놓기 위해 노력했던 모든 이들의 중심에는 비행 관제센터 통제관인 진 크랜즈(에드 해리스)가 있었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진 아저씨의 어록을 살펴보자.
"어떤 용도로 만들어졌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뭘 할 수 있느냐다."
(고장난 사령선을 버리고 착륙선으로 옮겨타느냐의 논쟁을 벌일 때 착륙선이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고 하자)
"반드시 귀환시킨다."
(언론에 발표하기 위해 아폴로 13호의 귀환 확률을 묻자)
"이건 용납할 수 없네."
(토의에서 남은 자원으로 45시간밖에 버틸 수 없다는 보고를 듣고, 칠판에 반 밖에 못오는 우주선의 경로를 그리며)
"아폴로 우조선 조립에 참여한 모든 엔지니어를 동원하고 스위치, 트랜지스터, 회로 도안한 기술자들 다 찾아내고 제작진에 참가했던 사람들과도 얘기해서 그 망할 기계에서 전력을 최대한 뽑아내라고!"
(전력이 부족해 귀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젠장, 난 계산이 아니라 비행계획표가 필요해! 지금 당장!"
(불안해하는 세 비행사에게 아무 거든 비행계획표를 알려주라고 호통을 치면서)
"미국인을 우주에서 잃은 적은 없다. 내 휘하에서 대원을 잃을 수 없다. 실패는 용납할 수 없다."
(회의를 마치면서 관제센터의 공학자들에게)
- 다시 만나서 반갑다, 휴스턴
지구에 남아있던 모든 관계자들이 아폴로 13호를 다시 끌어내리기 위해 온 힘을 다했던 노력의 성과로, 이 일은 '성공적 실패'로 불린다. 비록 달에는 가지 못했지만 비행사들은 무사히 생환했고, 이것은 영화적 상상 이상으로 드라마틱한 실화였다. 진 크랜즈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관제팀과 출발 이틀전에 팀에서 탈락한 친구 켄의 노력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과학적인 사고와 이성적인 행동거지를 보고 있으려니 과학자란 정말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사실 이 포스팅을 쓰게 된 이유는 바로 그거였다.
과학자가 너무 멋있는 거다!
사실 과학자 자체라기보다, 그 사고방식을 본받아야겠지만. 굽히지 않는 신념과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태도,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어쨌든 과학자는 멋있었다!
마지막으로, 다 알고 있던 결말인데도 "다시 만나서 반갑다, 휴스턴"이라고 말한 순간 날 눈물흘리게 만든 그들의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 by | 2007/07/12 20:14 | 영화 감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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