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8월 24일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백설공주와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같은 이야기들과 장화홍련과 춘향전 등의 우리나라 전래동화. 첫사랑, 청춘의 덫, 천국의 계단, 삼순이, 파리의 연인 etc 의 드라마들. 수많은 형태의 연애사 안에서 주인공들은 온갖 고난과 방해를 헤치며 사랑을 이뤘고, 언제나 마지막엔 '결혼'함으로써 해피엔딩을 이뤘다. 힘들게 이뤄낸 사랑을 어떻게 지켜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관객들은 주인공들이 눈에 보이는 해피엔딩의 형태에 도달했다는 것을 확인하면 그 뿐. 이야기도 막을 내리는 커튼에 새겨진 'And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 만을 보여줄 뿐, 무대 뒤의 장면에 대해선 입을 다문다.
사랑하고 쟁취하는 몇 년, 그것을 지켜내야 하는 수십년, 사실은 후자가 더 문제 아니겠냐고 말하기 시작한건, 요즘이다.
"결혼했다"로 끝나는 예전 이야기들.
그리고 "결혼했다"로 시작하는 지금의 이야기들.
사랑해서 결혼했다. 그런데, 그 사람을 지금도 사랑합니까? 라고 묻는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를 어제 보고 왔다. 현대, 나나 내 친구 혹은 선배가 포함되어 있을 '나의' 세대, 그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궁금했다. 숲 안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 숲 전체의 색깔을, 영화에선 어떻게 그려내고 있을까?
결혼이라는 책임과, 어차피 내 인생을 결정하고 살아가는 것은 바로 나라는 욕망.
나라면, 무엇을 선택할지?
연애 4년, 결혼 3년차인 주인공들. 아직 젊고 패기에 넘치지만 결혼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식어버린 열정에 한숨을 쉬는 그들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다. 새롭고 도발적인 사랑에 삽시간에 빠져드는 사람들. 이름하여 '불륜'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그려내는 불륜이란 평소 안방극장에서 보던 그것과 조금 다르다. 일단 영상이 감각적이다. 전면 유리의 야경이 비치는 어두운 사무실에서 실크 셔츠를 입고 글라스에 든 와인을 기울이며 외로움을 토로하는 남자와, 최신 유행하는 옷들이 진열된 패션샵에서 명품 가방을 살피면서 전화를 받는 여자. 외국의 이국적인 풍경 아래서 맨발로 빗물을 밟으며 낭만을 즐기는 커플들. 개개의 줄기를 비추는 영상이 아름다운 것뿐만이 아니라 네 명의 주인공이 스치며 서로를 생각할 때, 그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도 어둡지만 세련되어서, 그들이 '나쁜 짓'을 한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후회의 검정과 매혹의 푸른 색이 감각적으로 교차하는 화면은 관객에게, 주인공들은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한다. 영화의 제목 그대로, "내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해 고민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윤리적인 문제는 끼어들지 않는다.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그들을 비난할 사람도 없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결국 결혼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한' [수단]이지, 그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개인을 붙잡을 수 있는 삶의 [목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인공들은 네 명 모두가 각자 사회에서 나름의 위치를 가진 독립된 사람들이다. 돈이 있고, 야망이 있고, 자신의 삶이 있다. 더구나 자식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결속을 유지해야 할까?
영화는 마지막에, '물에 빠지는 장면'을 통해 고민하고 있는 네 명에게 명쾌한 해답을 내어준다.
"물에 가족과 애인이 빠져있으면 누굴 먼저 구할래?"
라는 진부한 질문. 그러나 진부함만큼 정석인 것도 없다지. 이 질문에 대한 각 커플의 대답은 나름 반전이다. 설마, 라는 추측을 간단하게 뒤집어버리는 그들의 진실한 마음.
하기사 길지 않은 인생 마음대로 살아야지 뭐, 라고 생각은 하지만 뭔가 놀랍기도 한 이 영화. '결혼'에 대한 인식이 변해가는 것을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보면서, 사고방식이 변하는 과도기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 그것이 그들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원하는대로 살면 그뿐. 사람마다 중요한 건 각자 다른거고, 또 다른 결론이 어디선가 나올 테니까.
# by | 2007/08/24 22:06 | 영화 감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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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주인공이 남장을 하고 어떤 사학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한 남자를 만나고 같이 공부를 하죠. 여자 주인공은 원래 공부를 못해서 남자가 억지로 공부를 시키는데, 나중엔 결국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거에요. 제 친구의 추천으로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봤었는데 제목이 기억 안나네요~ 뭐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