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15일
진정한 말돌리기의 고수!

아까 저녁에 했던 <100분토론>에서 '숭례문 화재,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방송을 했다. 그간 백분토론을 봤을 때 결론이 난적은 한번도 없었지만(아마도 시간문제 때문에) 상황을 제대로 알고 책임자들이 공영방송에 나와 하는 말을 직접 듣고 싶었기 때문에 봤다. 약간의 책임공방은 있었지만 예상대로 상황을 어느 정도 정확히 알 수가 있었는데... 토론 중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패널이 있었다.
바로 엄승용 국장.

그러나 이분, 그 뜨거운 포화를 어찌나 눈부시게 헤쳐나가시던지~
수많은 질문과 공박에도 단 한번 "잘못했습니다"라던가 "우리의 실수입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단하다!!
일단 토론 시작하고 곧 튀어나온 '소방대 출동 시간에 대한 문제'.
"1,2 분이면 출동할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 시간은 훨씬 더 걸렸다. 계산이 잘못 된것 아니냐?" 라는 손석희씨의 질문에 삼천포 대답으로 포문을 열었다. 한참 듣다가 손석희씨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한번 더 구체적으로 질문. "계산에 착오가 있었던게 아니냐고요?" 대답 얻지 못함.
중간에 화재 후 부재 폐기에 관한 문제 부각.
"폐기는 잘못하신 거죠?" 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다시 말돌리기 시작. 지금 상황이 어떻고 현장엔 누가 나가있고 체계가 어떻게 되어있으니 일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잘 안되었거든요." 부재는 모두 수거해 재활용하거나 전시용도로 보관할 것이라고 대답. "그러니까 그게 폐기가 일어나서 문제제기를 한 후에 그렇게 되었다는 거죠." 끝까지 실수다/잘못했다 라는 말 없고.

문화연대 쪽에서의 "숭례문 개방 후 관리 감독하는 임무를 게을리했다"라는 지적에
전국의 문화재 개수와 지방자치단체에 관리를 위임하는 체계를 설명하며 '지방 분권'에 대한 개념을 설명. (아니 아저씨! 관리 게을리한걸 인정하냐니까요??)

엄승용 국장의 "주요 문화재에 대해 다시 문화재청이 관리하도록 검토하겠다"라는 발언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 제기
시청과 문화재청간 책임 소재에 대한 이야기 끝에 사회자가 "아까 하셨던 이 발언 어느 정도의 무게가 있는 겁니까"라고 질문.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엄국장 이런 저런 어려움을 얘기하다가 결국 "그냥 바램..."이라고 대답. orz 아저씨 백분토론 나와서 개인적인 바램을 얘기하지 말아줘요 orz 사회자가 안짚고 넘어갔으면 그 얘기 진짠줄 알았을 텐데(...)
"2,3년이면 복원 가능하다" 라는 말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복구와 복원의 용어 설명을 시작으로 다시 삼천포 탐방의 시작. 듣다못한 사회자 반복해서 다시 구체적으로 질문한 결과 "2,3년이면 된다는 입장이 맞냐고요?" 이런저런 설명 끝에 간신히 '그냥 목표다'라는 대답.

손석희의 질문과 정리는 언제나 간단명료하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데, 그 질문에 대한 대답하는 걸 보다가 속 뒤집어질 뻔했다. 아니 그래도 다른 패널들은 말하는거에 조리가 있고 명료한데 엄 국장 이 분은 왜 혼자 튀시나? 제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줘요!
이분이 대답하는걸 듣다보면 질문이 뭐인지도 까먹을 지경이니 이게 본인도 헷갈려서 그러시는 걸까 아님 책임 회피를 위한 고도의 머리굴림일까? 참 정말 책임전가의 전장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고수의 완벽무쌍한 말돌리기였다. 삼천포로 가는 방법의 표본같은 저 현란한 화법을 익히려면 어떤 수련을 해야 하나연?
절대 끝까지 "이건 우리가 잘못한 거다"라는 말 한마디 속시원하게 안하는 모습이 정말 감탄스러운 방송이었다. 끝까지 책잡힐 말 한마디 내뱉지 않는 그 모습 진실로 책임회피하는 모든 인종의 귀감이오. 이 분을 존경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 by | 2008/02/15 03:14 | TV | 트랙백(1)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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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00분토론] 숭례문 화재 - 미친 개 처럼 물어..
진정한 말돌리기의 고수!어제 100분 토론을 간만에 지켜봤습니다. 사실 상 숭례문을 관리 감독하던, 중구청이 서울시청관계자가 나오지 않아서, 실체 없는 공방이었죠. 그 분들이 나오셨어도, 똑같이 책임을 '카드 돌려 막기' 하듯 떠넘길 테니 안 봐도 척입니다만.100분 토론 내내 엄승용 국장의 "대답을 하지 않으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사과를 하는 순간 지는 거다." 라는 모습을 징그럽게도 구경했습니다. 니가 짱. 최고최고. (중구청과 서울......more
솔직히 엄국장 말하는거 보면 내용도 없고, 요점도 없고, 핵심도 없는 쓰레기 말돌리기였죠...
이글 퍼가도 되나요?
솔직히 시청이나 중구청의 책임자가 나와서 저런 공격을 받았어야 했는데... 좀 아쉽네요.
A2//그러게나 말입니다. 시청각적 난독증이 늘어가는건지.. ㅡㅡ;;
속시원히 "잘못했다"라고 말해주면 안되는 건가요. 하긴 그런 입장 표명이 저 사람 개인에게만 영향을 끼칠 일이 아니었긴 하지만 말이죠. 그래도 답답해요.
지나가다//총선의 결과를 기대해보렵니다. -_-+
대건//그렇겠네요 승진하시겠네요. -_-;
imc84//저 사람 개인만 놓고 봤을 때는 저런 태도를 이해 못할 것도 없지만 관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짜증이 납니다. 우린 잘못한것 없다고 뻗대고 있으니 저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죠. 도대체 "사과하면 지는거다"라는 추태를 언제까지 봐줘야 하는지, 사과도 제대로 안하는데 반성이 있을리 없고요. 아~ 한숨.
흠... 못하겠군....
반면, 정정기 서울소방재난본부장께서는 낮은 자세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럴때 명확한 대응플랜을 갖추고, 교육하고 그런건 더 높은 관청분들이 하실 일인데, 소방관분들이 욕먹는건 좀 안타깝네요. 정정기 본부장의 인터뷰 기사 관심있으시면 한번 읽어보세요. 나름 본인의 아픈 마음과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다고 봅니다.
http://news.media.daum.net/society/affair/200802/13/chosun/v19937281.html
누군가가 진정으로 양심에 찔려서 잘못을 인정하면 다 뒤집어쓰고 매장, 더뻔뻔한쪽이 승리.
대한민국에서 출세하려면 꼭 필요한 능력인듯 합니다
처자 생각하면 전시장 탓이란 말을 못하겠죠.
보다못한 학자 하나가 "서울시가 말을 너무 안들었다고 그냥 얘기하세요"
하더라는군요.
핵심에 전 서울시 지자체가 있습니다.
위에서 문화재청에서도 개방하지 말라고 하고
개방뒤에도 주의주고
아래 중구청에서도 개방 후에 관리비 늘여야 하니 예산 더달라고 해도
위아래 다 묵살하고
개방의 공적만 챙긴 현 대통령 당선자가
화제의 1차 책임자입니다.
저사람은 자기 모가지 지킨 것 뿐이고요.
카푸치노//소방본부장께선;; 약간 지나치게 낮은 자세를 보여주셨죠 ^^; 소방관들 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넵.
링크 걸어주신 기사는 잘 읽어봤습니다. ^^
라준//능력과 실력만으로 승부하거나, 아니면 책임회피로 승부하거나... 입니까. 책임질 일이 없다면 한자리 꿰어차고 앉을 수도 있긴 있겠네요. 아 왜 한숨이 나오지... 세상사는 처세술 중 하나라고 이해는 되는데 그런 사람들이 중요한 일을 책임질 자리에 앉아있다는 사실이 용납은 되지 않네요.
ㅏㅏㅜㅇ//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죠. 토론자리에서 뻘소리만 늘어놓고도 직장에 돌아가서 윗사람들에게 "잘했다"고 칭찬을 듣는다면요. 윈윈게임은 안되겠군요.
깔깔//저 사람 잘못이 왜 없습니까. 본인이 백분토론에서 문화재청에서 개방하라는 허가를 내줬고 별다른 충돌이 없었다고 말했는데요.(실제로 충돌이 있건 없었건)
그리고, 자기 모가지 지키려는 행동이라면 뭐든 다 용납된다는 건 설마 아니시겠죠.
국보가 불에 탄 일에 대해서 모두가 자기 모가지 지키려고만 한다면 그 뒤는 모든 문화재가 불타버리는 것 뿐일 텐데요. 개인에게 감정이입해서 '맞아 저 사람은 위에서 하라는 대로 다른 사람들이 하는대로 했을 뿐인데 뭔 잘못이겠어 아 불쌍하다'라고만 생각하면 결국 책임은 맨 꼭대기에 있는 한 사람만 지게 되겠군요. 이래서 맨날 "모든건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유행어가 나왔겠지요.
말도 안됩니다.
lakie//제 말이 그말입니다. ㅡㅡ 총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