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P로부터 위약금을 받아냈습니다

지난 몇개월간 수없이 "인터넷 회사에서 돈을 안줘요"를 검색해보았던 나같은 사람을 위한 포스팅. 10개월만에 받아냈습니다. 당신도 할 수 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 2007년 6월 인터넷을 "파*콤 광랜"으로 바꾸라는 전화. 현재 쓰고 있는 회선을 해지하면 나오는 약정 위약금을 대납해주겠다고 제안 (위약금 고지서가 나오고 일단 내가 내면 나중에 그 금액을 계좌에 넣어주겠다고 함)
  • 같은 달 "파*콤"으로 교체
  • 2007년 7월 예전에 쓰던 ISP에서 위약금 고지서(121,269원)가 나와서 "파*콤"에 연락
  • "파*콤"으로 교체할 당시 명함을 주고갔던 서비스업자의 폰번호가 (한달만에) 사라져서 연락이 되지 않음
  • 할 수 없이 일반 이용자전화(1566-****)로 걸어서 상담원과 대화
  • 위약금 고지서를 팩스로 넣은 후 다시 통화하니 열흘 후 처리된다고 말함
  • 열흘 후 처리 안됨(...)
  • 다시 일반 이용자전화로 걸어서 대화
  • 담당자에게 통보/의논하고 다시 연락해주겠다고 함
  • 연락없음(...)


좋게 얌전하게 말했더니 재연락이 절대로 오지 않더군요. 간간이 생각날 때마다 연락했는데 소용이 없었고,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이거 못받나보다"라는 체념도 들더라구요. 속은 내가 바보지 라고 자책하면서 최근에 와서는 그냥 지내고 있었습니다.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속았어요" "안주네요" "그거 못받습니다"라는 사람도 너무 많아서요.

그런데 약 2주일전 변화가 일어났죠.

다른 ISP에서 전화가 온겁니다. 지금 쓰고 있는 서비스보다 약간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파*콤"과 비슷한 제안을 하더군요. 하긴 요새 다 그렇죠? 지금 쓰는 서비스를 해지하고 자기네걸로 바꾸면 해지 위약금은 자기네들이 내주겠다고요.

웃기지 말라고 했습니다. 예전에도 그런말 하길래 바꿨는데 돈을 안주더라고요. 12만원씩이나. 그랬더니 이 사람 깜짝 놀라더군요.

"그런데 그 서비스 계속 쓰고 계세요?"
"네..."
"뭐 요금 인하나 다른 혜택 받는 것도 없구요?"
"네...-_-;"

어라 그러고보니 내가 왜 이 서비스를 계속 쓰고 있지?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받아낼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10개월이나 지났는데 말이에요. 그러더니 이럽니다.

"고객님 그 쪽에 전화할 때 진상 안부리셨죠?"
"네...-_-;;"
"그러니까 안주죠~ 목소리 큰 사람이 괜히 이기는게 아니에요."

아니 그런 문제야? 준다고 했으면 줘야 하는거 아냐? 주기로 하고 그 쪽으로 바꿨는데 내가 목에 핏대세우면서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으니까 안준다? 의심이 들어서 지금 통화하는 분도 똑같이 하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정색을 합니다. 자기는 책임지고 위약금 고지서 나온 다음날 넣어주겠다나. 쓰읍. 그걸 믿을 수가 없다는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죠. 나도 어쩔 수 없이 인간불신의 늪으로 빠져버렸는지 ㅡㅡ;
그런데 이 상담원 뜻밖의 소리를 하더군요.

"제가 받아드리겠습니다. 그 12만원."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상담원이 정말로 돈을 받아줬...다기보다,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줬습니다. 그 쪽으로 전화걸어서 오늘 당장 내놓으라고 진상좀 떨었다고 하더군요. 전화를 다섯번쯤 걸었다나요. "파*콤"에서 전화가 오더니 약 닷새후인 그 다음주 월요일에 준다고 하더군요.

(고맙다고 상담원에게 말하고 새로운 회선을 설치했습니다. 아직 파*콤을 해지하진 않았죠. 돈받고 해지하려고요. 결국 두 개의 회선을 쓰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월요일.

돈 안들어왔습니다.


-_- 뭥미?
그 다음날 저랑 통화했었던 새로운 ISP의 상담원의 핸드폰으로 전화했습니다.

"저기요 며칠전에 통화했었던 XXX인데요. 파*콤에서 12만원 안들어왔어요. 처리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파*콤에서 위약금을 받아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ISP로 바꾼거였으니까 이건 그쪽에서 해결해줘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죠. 위약금을 못 받는다면 새 ISP를 설치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아니나다를까 그 상담원은 깜짝 놀라면서 그러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얼마 안돼서 파*콤에서 제게 전화가 왔습니다. 이러이러해서 오늘 처리가 안되니 내일모레 목요일에 넣어주겠다. 솔직히 의심스러웠지만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또다시 대망의 목요일.

돈 안들어왔습니다.


어머나 이렇게 욕나오도록 상큼한 기분은 정말 오랜만인걸 ^-^*

호호호 그 정도로 주기가 싫다 이거지? 이 정도면 나도 오기가 생겨요 -_-
이제 저 스스로 진상 떨어보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파*콤에서 전화가 왔던 번호로 재발신 때리니 저와 통화를 했던 사람이 전화를 받더군요. 12만원 어제까지 넣어주기로 하지 않았냐고 하니 아~ 그 사람이라고, 과연 기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안을 처리할 수 있는 과장님인지 뭔지가 자리에 없다나 하면서 또 시간을 끌려하기에 마구 화를 냈습니다.

무슨 처리를 한다는 거냐, 어제까지 주기로 얘기 다 된거 아니었냐, 그런데 또 무슨 처리가 남았냐. 그랬더니 과장님이 들어온 후에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합니다. 웃기지 마라, 내가 당신 말을 어떻게 믿냐, 벌써 약속을 두 번이나 어기지 않았냐! 소리를 쳤습니다. 쩝. 원래 이런거 못하는데 화가 나니 목소리 저절로 커지더군요.

"12만원 지금 당장!! 넣어주세요!"


뭐 이렇게 해서 결국 두 시간 후에(...) 돈 받아냈습니다. 12만원. 오예.

~(-_-~) (~-_-)~

뭐 정확히 말하면 121,269원이라 1,269원을 받아내지 못한 셈이지만 12만원이라도 받아낸게 어디에요. 자그마치 열달만에! 그리고나서 그 다음날 파*콤은 그간의 울분과 분노를 담아 가볍게 해지해줬다능 >ㅁ< 아우~ 가슴 속에 묵은게 쑥 내려갔습니다. ㅋㅋㅋ

또 정확히 말하자면, 새 ISP에서도 파*콤 해지한 위약금을 잘 받아내야 하니까 아직 완전히 끝난건 아니지만... OTL
이번에 저 대신 돈을 받아준게 새 ISP인거나 다름없는 만큼 설마 버티고 안주진 않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너무 낙천적인가요? ^^; 뭐 안주면 이번에는 제대로 진상 한번 떨어보죠. 이런 것도 해보니 요령이 붙는군요. (뒹굴)


여하튼! 위약금 받아내기 당신도 할 수 있다! 포스팅의 결론은...


진상을 떨어라!!

(쿠궁)


정당한 약속인데도 진상을 떨어야 이행시킬 수 있다니 우리 사회 정말 아이러니하군요. 뭐 어쩌겠어요. 저쪽이 뭐같이 나오면 이쪽도 이에는 이로 나가는 수밖에. 

-3- (이런게 사회에 익숙해지는 과정인가효?)
 

by JoysTiq | 2008/03/18 22:22 | 소프트/하드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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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굇수한아 at 2008/03/18 22:31
우리나라는....역시..진상입니다. 에휴...
Commented by JoysTiq at 2008/03/18 22:56
굇수한아//네 진상입니다. 사람들이 진상 괜히 떠는게 아니더군요. 이유가 있다니까요. ㅡㅡ;
Commented by imc84 at 2008/03/18 23:34
받아내신 거 축하드립니다. 1269원 지못미...는 농담이고.. 저도 파X콤 쓰는데 참... 바꾸고 싶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지금까진 그냥 한번 신청하면 약정기한 다 채워가면서 써서 별로 충돌은 없었거든요.

근데 덕분에 진상떨기 레벨업 하셨군요? 우오오...o<-ㄷ
Commented by JoysTiq at 2008/03/19 00:07
임씨84//사실 그게 정신건강에는 좋은 것 같습니다. 약정기간 다 채워서 쓰는 거요. 기간 중간에 가끔씩 전화걸어서 속도가 마음에 안든다는둥 더 싼 서비스가 있더라는둥 태클 걸어서 요금 인하도 종종 받고(...)

제 스킬이 정말로 레벨업 되었는지는 나중에 새 ISP에서 오리발 내밀면 그때 확인해볼 생각입니다. 흐흐흐흐흐 (님하;)
Commented by 바비 at 2008/03/19 03:03
벨리에서 보고 왔습니다. 여기나 저기나 (전 미국에 있습니다) 진상을 떨면 조금 나아지죠. 왜 사람들이 좋은 말로 하면 안 듣는지;;
Commented by ranigud at 2008/03/19 08:34
원래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게 당연한 나라입니다. -_-
Commented by 비타민 at 2008/03/21 15:54
넘 재밌게 읽었습니다. ㅋㅋ 돈 받아내신거 축하드려요!!
통쾌하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슬픈 현실입니다...흙..
Commented by JoysTiq at 2008/03/22 23:45
바비//미국에서도 그런가요?! 거기서는 '쿨'하게 처리해줄 거라는 생각은 망상이었던 건가요;; orz

라니구드//목소리 크기 좀 키워야겠습니다. -ㅁ-

비타민//아직 받아내야 할 일이 남아서 완전히 끝난건 아니지만...
저도 통쾌합니다! 으하하하하 열달동안의 체증이 내려갔다~
나중에 새 ISP에서도 위약금 받아내고 나면 또 포스팅하죠! 흐흐흐 ^^
Commented by LaJune at 2008/04/05 01:08
그간 고생 하셨군요.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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