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이글루스 약관, 두가지 문제

이글루스 서비스 이용 약관 개정 안내

청소년 유해매체물을 금지한다는 약관이 공지됐다.

지난번 약관 관련 공지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반향이 적은데, 아마 레진님 덕분이 아닌가 싶다. 성인물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냐, 허용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레진님의 블로그가 이글루스에서 퇴출당할 때 이미 꽤 논의가 되었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이글루스가 성인 전용 서비스라는 타이틀을 포기할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고.

청소년을 끌어들였으니 보호해야 한다, 일리는 있다. 있는데, 그렇다고 저 약관의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두 가지다.


1. 유해매체물의 기준이 뭐냐?
2. 성인용 글을 쓸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달라.


1. 유해매체물을 '성적인 포스팅'으로 한정한다면, 첫번째 문제는 레진님 당시에, 또 얼마전 노골적인 섹스글을 올리던 블로거에 관련해서도 논의가 꽤 있었다. 보기 싫은가, 아닌가. 쓰는건 상관없는데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줘도 되는가, 또 얼마만큼 큰 대중에게 보여줘도 되는가. 한마디로 유해한가, 무해한가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토론이 시들해져 막을 내리긴 했지만 합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긴 했다. 몇몇 사람의 지지를 얻은 의견이 있었다는 말이다.

문제는 지지를 얻은 의견이 한두개가 아니었다는 거다. 또 정확히 말하자면 두 개의 논의가 같은 것도 아니었다. 전자는 쓸 자유에 대해 말이 많았고(유명한 블로그였던 만큼) 후자는 예의에 대해 말이 많았다. 사건의 성격과 보는 각도에 따라 답은 여러 가지로 나뉜다. 누군가의 기준으로 '노골적인' 글이 다른 사람에겐 '재미있'거나 '예술적'인 글로 비칠 수도 있다. 또는 묘사와 소재를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글에 대한 옹호와 비난이 갈리기도 했다.

당시 유명한 예가 있었는데, 이런 거다. 신체 특정 부위를 언급하거나 나타낸 이미지가 있다면 성인용으로 간주한다고 할 때, 그것이 마네의 올랭피아나 플레이보이지의 사진컷이라면 유해매체물의 딱지를 붙여야 할 것인가? 혹은 같은 '특정 신체 부위'가 언급되었어도 ozzyz님의 글은 괜찮지만 당시 논란이 된 블로거의 글은 문제가 되는 걸까? 아니면 일괄적인 기준에 맞춰 둘 다 딱지를 붙이고 삭제해버리면 되는 걸까? 같은 글이 누군가에겐 선정적이고,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기준은 확실한가? 그리고 예외없이 적용되는가?


하나 덧붙이자면, '청소년 유해매체물'이라는 것이 과연 '선정적인 포스팅'만을 의미하는지도 의심스럽다. 이글루스에서 종종 나타나는, 현정권과 정치 성향이 다른 글들이 과연 청소년에게 '무해'한지 모르겠다. 유해함의 기준도 모르는데. 이번 약관 개정으로 은근슬쩍 '그저 마음에 안드는' 글들을 잘라낼 재량을 얻으려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이글루스측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해도, 정통부는 그럴 수 있으니까.


2. 두번째 문제는 쓸 자유를 보장해 달라는 거다.
많은 이용자가 반대해왔던 연령 제한 낮추기를 강행하면서, 어린이들이 들어왔으니 어른들은 쓸 자유 없다, 라고 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청소년 보호, 좋다. 그런데 어른들의 즐길 자유도 그만큼 중요하다.

성인 컨텐츠 작성을 자제하라고 하는 것은 다른 블로그 서비스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곳에는 대안이 있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이웃 공개라는게 있고, 티스토리에는 보호글 설정이라는 게 있다. 비록 그들과 같은 정책을 원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너무 폐쇄적이고, 취향에도 안 맞고) 중요한 건 그들은 청소년의 시야에서 포스팅을 빼내고 싶을 때 그럴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거다.

이글루스는 도망갈 자리는 만들어주고 도망가라고 하는 건가? 포스팅을 청소년의 눈에 띄지 않게 하라고 말할 거면, 단순히 쓰지 말라고 하는게 아니라 따로 쓸 공간을 만들어달라. 제일 좋은 건 그냥 냅둬주는 거지만, 그러긴 힘들 것 같고. 연애밸리를 막아주던지. 포스팅마다 미성년은 못 읽게 하는 옵션을 달아주던지.




이번 약관 개정은 상당히 모호하고 악용될 소지가 보이는데도 의외로 조용히 넘어가는 것 같아서 썼다. 난 이런 의견이다. 참고해 주세요. 이글루스.



by JoysTiq | 2009/05/22 06:07 | 부담제로 잡담만찬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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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굇수한아 at 2009/05/22 12:46
그저 이용자만 늘려먹으려는 수작...
Commented by JoysTiq at 2009/05/23 19:29
마음에 안 듭니다.
거부의사를 밝히라는 말을 해서 마치 의견수렴할 것처럼 위장한 건 더더욱 마음에 안 들고요. 신경쓰지도 않으면서 말입니다.
Commented by LaJune at 2009/05/22 16:03
걍 나이대 늘려놓고 하던짓 말라는 소리만 하니... 한숨이 절로 나죠. =ㅅ=;
Commented by JoysTiq at 2009/05/23 19:33
신규 이용자 유치를 위한 비용(대가)은 기존 이용자가 부담하는 거죠.
늘 그렇지 않던가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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