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100분토론

진정한 말돌리기의 고수!

숭례문에 일단 애도.


아까 저녁에 했던 <100분토론>에서 '숭례문 화재,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방송을 했다. 그간 백분토론을 봤을 때 결론이 난적은 한번도 없었지만(아마도 시간문제 때문에) 상황을 제대로 알고 책임자들이 공영방송에 나와 하는 말을 직접 듣고 싶었기 때문에 봤다. 약간의 책임공방은 있었지만 예상대로 상황을 어느 정도 정확히 알 수가 있었는데... 토론 중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패널이 있었다.

바로 엄승용 국장.
토론 시작하자마자 손석희씨가 말했다시피-모시려고 했는데 모시지 못했습니다라고- 사실 정말 그자리에 나와서 추궁을 들었어야 할 사람들은 서울시청이나 중구청 사람들인데 혼자 나와서 독박쓴 분위기가 없지는 않다. 이번 화재가 관리 부실로 일어났다는건 신문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사실이고 덕분에 관이 들어야 할 공격을 한 몸에 다 받았다. 반대쪽에 앉아있던 패널은 물론이고 사회자로부터까지 쏟아지는 집중포화!

그러나 이분, 그 뜨거운 포화를 어찌나 눈부시게 헤쳐나가시던지~
수많은 질문과 공박에도 단 한번 "잘못했습니다"라던가 "우리의 실수입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단하다!!


일단 토론 시작하고 곧 튀어나온 '소방대 출동 시간에 대한 문제'.
"1,2 분이면 출동할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 시간은 훨씬 더 걸렸다. 계산이 잘못 된것 아니냐?" 라는 손석희씨의 질문에 삼천포 대답으로 포문을 열었다. 한참 듣다가 손석희씨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한번 더 구체적으로 질문. "계산에 착오가 있었던게 아니냐고요?" 대답 얻지 못함.


중간에 화재 후 부재 폐기에 관한 문제 부각.
"폐기는 잘못하신 거죠?" 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다시 말돌리기 시작. 지금 상황이 어떻고 현장엔 누가 나가있고 체계가 어떻게 되어있으니 일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잘 안되었거든요." 부재는 모두 수거해 재활용하거나 전시용도로 보관할 것이라고 대답. "그러니까 그게 폐기가 일어나서 문제제기를 한 후에 그렇게 되었다는 거죠." 끝까지 실수다/잘못했다 라는 말 없고.


문화연대 쪽에서의 "숭례문 개방 후 관리 감독하는 임무를 게을리했다"라는 지적에
전국의 문화재 개수와 지방자치단체에 관리를 위임하는 체계를 설명하며 '지방 분권'에 대한 개념을 설명. (아니 아저씨! 관리 게을리한걸 인정하냐니까요??)


엄승용 국장의 "주요 문화재에 대해 다시 문화재청이 관리하도록 검토하겠다"라는 발언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 제기
시청과 문화재청간 책임 소재에 대한 이야기 끝에 사회자가 "아까 하셨던 이 발언 어느 정도의 무게가 있는 겁니까"라고 질문.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엄국장 이런 저런 어려움을 얘기하다가 결국 "그냥 바램..."이라고 대답. orz 아저씨 백분토론 나와서 개인적인 바램을 얘기하지 말아줘요 orz 사회자가 안짚고 넘어갔으면 그 얘기 진짠줄 알았을 텐데(...)


"2,3년이면 복원 가능하다" 라는 말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복구와 복원의 용어 설명을 시작으로 다시 삼천포 탐방의 시작. 듣다못한 사회자 반복해서 다시 구체적으로 질문한 결과 "2,3년이면 된다는 입장이 맞냐고요?" 이런저런 설명 끝에 간신히 '그냥 목표다'라는 대답.


손석희의 질문과 정리는 언제나 간단명료하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데, 그 질문에 대한 대답하는 걸 보다가 속 뒤집어질 뻔했다. 아니 그래도 다른 패널들은 말하는거에 조리가 있고 명료한데 엄 국장 이 분은 왜 혼자 튀시나? 제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줘요!

이분이 대답하는걸 듣다보면 질문이 뭐인지도 까먹을 지경이니 이게 본인도 헷갈려서 그러시는 걸까 아님 책임 회피를 위한 고도의 머리굴림일까? 참 정말 책임전가의 전장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고수의 완벽무쌍한 말돌리기였다. 삼천포로 가는 방법의 표본같은 저 현란한 화법을 익히려면 어떤 수련을 해야 하나연?

절대 끝까지 "이건 우리가 잘못한 거다"라는 말 한마디 속시원하게 안하는 모습이 정말 감탄스러운 방송이었다. 끝까지 책잡힐 말 한마디 내뱉지 않는 그 모습 진실로 책임회피하는 모든 인종의 귀감이오. 이 분을 존경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by JoysTiq | 2008/02/15 03:14 | TV | 트랙백(1)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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